짜증

지난 주말부터 새로운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쓰고 있다.
설 연휴 지나고 들어와보니 떡 하니 들어와 있었는데, 원래 예전부터 있던 미군이다.
난 새로운 사람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뭐 그래도 면식이 있으니 잘 지내보려고 첫날부터 하자는 대로 방 구조 다 바꾸고, 월락커 페인트 칠 다시 다 하고, 화장실 벽칠도 다시 하고.. 아무튼 군소리 없이 다 했다.

그리고 같이 지내기를 1주일.
이놈이 새벽 1시가 넘어도 잠을 안 자고 TV 드라마를, 그것도 볼륨 이빠이로 틀질 않나.
그 다음 날인가는 새벽 5시에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그냥 나가버리지를 않나.
냉장고의 내 사랑 닥터페퍼를 2캔이나 말도 없이 쓱싹 마셔버리지를 않나.
소변 보고 나서 물을 안 내려놓고 그대로 두지를 않나.
자기 수건 거는 자리에 내꺼 걸어놨다고, 그리고 자기꺼를 내가 썼다고 내 수건을 화장실 바닥에 팽겨쳐두지를 않나(이건 내가 좀 잘못하긴 했다, 첫날 얘기를 잘못 알아들었다-_- 그래도 남의 물건을 그렇게 함부로 했다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든다).

이래저래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좀전에는 이제까지 일들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눴는데, 결론은 앞으로 잘 해보자이지만서도.. 별로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첫인상이 이렇게 나쁜데 친해지려고 노력하기는 정말 피곤하다. 안그래도 요즘 여러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아서 수습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답답해죽겠다.

처음 와서 발렌시아와 함께 지냈을 때가 정말 그립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잘 지냈었는지.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그랬을까. 지금은 너무 생활에 익숙해져서 내 생각만 너무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승효랑 지냈던 1년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편하게 잘 지낸 것 같다. 항상 기분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방에 있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지.

이참에 다른 방 비면 옮겨버릴까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지만, 이 방에 들어온지도 1년이 넘었는데 물러나기에는 나도 고집이 있다. 한편 생각하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겠냐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만, 뭐 일단 이번 겨울은 이렇게 지내야겠지.

아무튼 이번 한주 동안은 이래저래 짜증이 쌓여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못 해준 것 같아 미안하다. 제발 내일부터는 속 시원하게 살고 싶다. 휴가 나가서 싹 풀 수 있을까.

1 Response

  1. anise22

    읏; 엔터키를 잘못쳤따–;;
    암튼~ 힘내잉~ 내가 그 양키놈-_- 때려줄께
    -_-//////////////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지금 게이트가드 하고 있겠넹
    많이 힘들지..? 이번에 나와서 확실히 툭툭 털고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 홧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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