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06

우리나라에 리눅스 도시와 대학을?

digg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정보통신부가 오픈 소스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리눅스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도시와 대학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주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신청을 받겠다는데, 이미 많은 곳에서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Microsoft의 독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픈 소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의 말도 인용되어 있다. 2010년까지 리눅스 데스크탑의 점유율은 5%, 서버는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더불어 작년부터 리눅스 기반으로 이행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와 이미 리눅스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는 NEIS의 사례도 언급한다.

여담으로 Slashdot이나 digg 등지에 우리나라의 IT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하면 꼭 South Korea인지 North Korea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장난은 아닌 것 같고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런 것을 볼 때면 아직도 우리나라가 작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Update: 검색해보니 전자신문에 15일자로 관련 기사가 나와 있었다!

버스의 노약자석

지난 몇년 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나름대로 지켜온 철칙이 하나 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노약자석에는 절대로 앉지 않는다는 것.

노약자석에는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글귀가 써있는데, 이것에 법적효력 따위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예의가 있다면 따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라도 다른 자리가 없어서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마침 버스에 남은 자리가 그곳뿐이라면 앉아 주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앉은 자리는 이후에 타는 노약자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차라리 자는 척이라도 하고 있을 것이지, 짐 들어줄 것도 아니면서 옆에 힘들게 서 있는 노인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가뜩이나 교통비도 비싼데 똑같은 돈 내고 권리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노약자’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도 이해한다. 젊고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말 하는 나도 그렇게 배려심 많은 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노란 좌석의 의미를.

국립중앙박물관

오후 늦게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10여년 전 쯤, 아직 조선총독부 건물을 사용하고 있을 당시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단원 탄생 250년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기억 또한 하고 있다.

새로 옮긴 박물관은 이촌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느긋하게 1층의 전시실만 둘러보았다. 일단 구석기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훑어 보았는데 옛날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들을 실제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다만, 많은 전시물들이 복제품(replica)인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전시물은 백제의 금동용봉 봉래산 향로(금동대향로). 크기도 상당했고, 각각의 세밀한 조각들이 하나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는 주제의식에도 끌렸다. 다만 어떤 관람객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쩌면 이 향로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논란이 있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든 굉장히 멋진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책에서 많이 보던 국보 91호의 신라 기마 인물형 토기가 한 쌍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비슷한 모양의 것이 2개 있어서 자세히 보니 하나는 주인이고 하나는 하인이었다.

그 다음에는 ‘한글’, ‘인쇄’ 등의 주제가 있는 관람실로 갔는데 요즘 이런 쪽에 관심이 생겨서 그런지 상당히 흥미로웠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우리의 기술과 창의력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지 못 했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여담으로 한글 11172자를 모두 찍어놓은 전시판이 있었는데 저런 것을 방에 걸어놓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 번에는 더 여유를 가지고 둘러봐야겠다. 사진 촬영도 허용되는 것 같았는데 하나도 못 찍어서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