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X에 대한 기억

MSX

루리웹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사를 발견하였다. MSX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이름이다.

내가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물건을 만져본 것이 국민학교 3학년, 바로 이 MSX를 선물로 받았을 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MSX2 호환 기종이었던 대우의 IQ-2000. 몇년 전까지 집 구석 어딘가에 쳐박혀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게임기로만 사용을 하며 다른 집에서 다들 하던 슈퍼마리오를 돌리지 못해 미워하기도 했었지만.. PC 통신을 접하고 나서 이놈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롬팩을 끼워서 하던 시시한 게임들이 아니라 디스켓에 담겨 있는 굉장한 게임들(가령 YS와 같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내 불쌍한 IQ-2000에 디스크 드라이브라는 것을 달아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으나.. 이미 그때는 MSX가 한물 가고 있을 때였기에 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어린 나이에 그만한 돈이 있을리도 없었다.

그러던 6학년 어느 날.. 나는 학교 과학실에서 어마어마한 것을 보고야 말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과학실 청소를 하다가 꿈에 그리던 저 디스크 드라이브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과학실에는 우리가 누나라고 부르던 관리자분이 계셨는데(아마 지금 내 나이 정도였을 것 같다), 그 누나에게 디스크 드라이브를 하루만, 딱 하루만 빌려달라고 얼마나 떼를 썼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학교 비품을 13살짜리 애의 손에 맡기기는 어려웠는지 결국 끝까지 빌려주지 않았다-_-

그리고 몇년이 흘러, 일반 PC에서 MSX를 에뮬레이션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당시 제일 잘 나가던 에뮬레이터는 fMSX라는 것이었는데, 내 나름대로 이것의 실행을 편하게 해주는 배치 화일 같은 것을 만들고, 꼭 필요한 화일들만 모아서 ‘fMSX 완전판’ 비스무리한 이름으로 나우누리 자료실에 올려 꽤 짭짤한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나우누리의 MSX 소모임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었는데, 자칫(?) 그 소모임의 시삽이 될 뻔 했던 기억도 나는구나. 그러다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친구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X-II를 빌려와서 결국 그놈의 디스크 드라이브를 직접 돌려보는 것으로 나의 MSX에 대한 기억은 끝이 난다.

정말 옛날이구나. 그래도 신기한 것은 아직까지도 MSX를 잊지 못하고 그 유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화려한 MSX 역사의 끝물만을 살짝 맛본 세대이기에 그 여운이 덜한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PC들도 1, 20년 후에, 아니 그보다 더 먼 훗날 이렇게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글쎄올시다..

2 Responses

  1. JK

    MSX라..전 접해본 게임이 매우 적지만 그래도 아련한 기억을 주는 이름이네요.
    http://www.zoayo.net/t/1 이 블로그 쥔장님이 옛날 게임을 다루시는데 MSX 이야기도
    꽤 자세하게 적어놓으셨답니다. 블로그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 이야~ 추억의 게임들이 많이 있군요.
    FF6을 생각하면 지금도 두근두근하네요!
    좋은 홈페이지 소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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