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06

지난 학기에 잠깐 고시원 사는 동안 책상이든 침대든 뭔가가 불편했는지 병이 났다. 병원 갈 때마다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데, 처음에는 허리 왼쪽이 찌릿찌릿하더니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엉덩이, 허벅지, 어떤 때는 무릎까지 통증이 온다. 한참 아플 때는 제대로 걷는 것이 힘들 정도일 때도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PT 프로파일을 한번 받아보고 싶어서 발목이나 무릎이 아프길 바란 적도 있었는데-_-; 이거 원 제대하고 나니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아무튼 몇달 지나고 나니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처음에는 신경외과에 갔다. 상당히 크고 잘 나가는 병원이었는데, 오히려 그 때문인지 의사가 별로 성의 없는 진찰을 해주고 돈만 많이 받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후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한의원으로 자리를 옮겨 보았다. 그곳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들은 결론은 평소 내 자세가 안 좋아서, 그리고 살이 많이 붙어서(-_-) 아픈 것이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한의원은 그냥 약 지어주고 침 놓아주는 것보다는 자세 교정해주는 특수 운동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왠만하면 그런 치료를 받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놈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침만 몇 번 맞고는 개강 이후 짬을 내기가 어려워 요즘엔 못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외가집 제사하느라 친척들이 모였을 때, 외삼촌께서 분당에 침 잘 놓는다는 한의원을 아신다며 권하시길래 혹해서 오늘은 그곳에 가보았다. 뭐 하지만 여기서 진찰 받은 결과도 비슷하다. 벌써 몇달째 아팠으면 하루 이틀 치료한다고 나을 병은 아니라며, 꾸준히 침을 맞으러 오라고 하셨다.

꾸준히 치료 받을 생각은 안 하고 괜히 병원만 옮겨 다닌 것 같아 부끄럽긴 하지만, 이제는 정말 신경 써서 병원에 다녀야겠다. 이러다가 그 무슨 좌골신경통인가에 걸리거나 허리디스크라도 생기면 장가도 못 가고 큰일 난다.

그건 그렇고 침은 요즘 처음 맞아 보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더라. 원래 하나도 안 아프고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라고 들었는데, 부위가 딱딱한 허리쪽이라서 그런지 놓을 때도 뺄 때도 마치 주사기가 꼽혔다가 빠지는 것처럼 움찔한다. 그리고 병원마다 모두 여자 간호원들이어서 침을 맞으려고 누워 있을 때 좀 부끄럽기도 하다-_- 정말로 안 아프고 봐야겠다는 다짐 뿐이다;

Nikon EM과 Rokinon 렌즈

얼마 전부터 괜히 카메라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일상의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고나 할까나.

집에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벌써 5년도 넘은 Olympus의 C-1이다. 당시에도 초저가로 떨이하는 모델을 샀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불량화소가 10개가 넘게 생겼고, 배터리도 제대로 못 먹는 상태이다. 얼마 전에는 잠깐 동안 Sony의 W-12와 P 뭐시기를 빌려서 쓰기도 했지만 역시 내 카메라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에는 한참 Contax의 i4R에 대해 뒤적이기도 하고, DSLR에 관해 알아보기도 하였고, 얼마 전에는 Kodak의 V570으로 거의 마음을 굳히기도 했다.

그러나… 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획일적인 디지털의 느낌보다는 아날로그의 감성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는 발칙한 생각도 들었다. (어이 없게도) Epson의 R-D1에서 Leica라는 무시무시한 놈들까지 곁눈질 하다가, 쥐뿔도 없이 명품만 찾는 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남의 집 장롱 속에는 멋진 카메라가 하나씩 숨어 있다고들 하는데, 우리 집이라고 아닐쏘냐! 장롱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찾아냈다-_-v 바로 이놈들.

Nikon EM 매뉴얼(!)과 Rokinon 렌즈 두 개

20여년 전 미국에서 샀던 Nikon EM의 부속들과 Rokinon이라는 생소한 회사의 렌즈 두 개.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카메라 본체가 없다. 전용 스트로보인 SB-E와 매뉴얼들은 모두 그대로인 것을 보아 누가 연구실에서 훔쳐간 것 같지는 않고, 사용 후 제자리에 놓지 않았던지, 빌려갔다가 안 돌려줬던지… 아무튼 없다ㅠ_ㅠ

Rokinon이라는 회사의 정보는 대체 알아볼 수가 없고, 그저 MADE IN JAPAN이라는 문구를 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이지 않을까 추측만 하고 있다. 85-200mm 망원 렌즈와 28mm 광각 렌즈가 있다. 이거 어디 제대로 나오는지 한번 써보고 싶은데 붙여볼 데가 없구나.

이 렌즈들을 써보려고 DSLR을 사는 건 좀 오버인 것 같고, EM이나 비슷한 FG 정도의 카메라를 하나 구해서 써보고 싶은 마음인데… 비싸다! 20여년 전에 미국에서 EM을 $300도 안 주고 샀다는데 아직도 중고가격이 15만원은 거뜬하다. FG는 20만원은 있어야 되는 듯. 역시 디지털과는 달리 아날로그의 수명은 길군.

그나저나 이제 이 빛 좋은 개살구들을 어떻게 처리한다나-_-

돌아가고픈 날들

앞만 바라보며 살아가기에는 너무 벅찰 때 가끔 뒤를 돌아보고는 한다. 옛날에는 이랬었지.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저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는 그 순간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붙잡으려 애쓰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가장 생각나는 시절은 바로 고1 때인 1997년이다. 마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듯,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나에게 고등학교 생활은 말그대로 신천지였다. 멋 모르고 가입했던 만화창작 써클에서는 다양한 컬쳐쇼크를 경험했으며,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맨날 오락실을 전전하며 다녔지만, 운 좋게도 당시 학교 성적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덕분에 공짜로 학원을 다니기도 하였다. 여담으로 이때는 IMF 이전이라 경제도 좋았던 터라 물질적인 부담도 없었다. 당시 우리 학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 무렵의 나에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학교에 들어간 2000년도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생각해보니 신분의 변화가 생기던 때를 가장 그리워하고 있군). 입학 후 가장 고민을 하였던 것은 어느 동아리에 드느냐는 것이었다. 컴퓨터와 관련된 동아리에 들어서 마치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오던 학생들처럼 밤새 지적탐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반면, 이전부터 꿈꿔오던 음악을 해보고 싶기도 하였다. 결국은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고, 어찌 되었든 내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해버렸었다. 전공 선택도 이 때 했었지. 어릴 때부터 생각해오던 전산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생물과 연관된 생명공학인가, 아니면 마음 한 구석에서 동경해오던 건축인가. 이 당시 어느 것이든 한 가지라도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지금의 나는 굉장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막 제대를 하려던 2004년의 가을도 그리운 때이다. 아니 제대하기 조금 전으로 땡길까? 남들은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군대라고 하지만, 난 운이 좋았다. 운전을 배우고 영어실력이 조금 늘은 것은 둘째치고, 군 생활 동안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생활은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마 앞으로 우리들이 그 곳에서 그렇게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제대하면서 갖게 된 정신적, 시간적 여유로움도 그립다. 물론 지금도 그에 못지 않은 시간이 널려 있지만, 그때만큼 편안하지가 않구나…

그리고 보니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이 참 많구나. 생각날 때마다 이제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