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z, Austria

Hauptplatz의 Trinity Column

토요일이라 연구실 건물도 잠기고 방에서 먹을 거리도 없었던터라 간만에 (아니 처음으로) Linz 시내 나들이를 가보았다. 이곳에서 Linz까지는 버스로 한 40~50분만 가면 되는데 시간표를 보니 거의 두시간에 한 대 정도 밖에 없다. 마침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남았길래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나왔다. 버스 요금은 꽤 나가더라. 4.10 유로니까 5천원이 넘네?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 교통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상당히 저렴한 편인 듯. 신기한 것은 버스가 우리 좌석버스보다도 훨씬 큰 듯 한데, 거의 아파트 단지길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일차선 도로를 씽씽 달린다. 매번 밤에만 지나다녀서 몰랐는데 이곳 풍경도 상당하더라. 카펫처럼 시원하고 깔끔하게 펼쳐진 잔디 언덕 너머에는 미끌거리는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줌이 삐죽거린다. 기후탓인지 계절탓인지 온전하게 개인 날을 보기 힘든 이 곳에서는 대신 이렇게 터질 듯 말 듯 웅얼거리는 하늘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마치 어느 인상파 유화 작품에 새겨진 하늘색 같다고나 할까? 이런 빛을 보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우리와 다를 것이라는 몽상에 잠긴 채 버스는 이내 Linz 시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목적 없이 버스를 타보는 것은 또 처음이라 사람들이 어디서 많이 내리나 눈치를 보다가 도달한 곳은 Hauptbahnhof. 즉, 기차역이다. 사실 들리고 싶은 곳이 한 곳 있긴 했다. Akakiko라는 일식집.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리도 들은 것 같고, 이제는 좀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Landstrasse라는 거리에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마침 같은 버스에서 동양인 (여)학생이 내리길래 붙잡고 물었다. 중국 샹하이 근교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온 ‘고등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좀 놀랐지만, 친절하게도 직접 바래다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곧장 약속이 있다고 헤어지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만 참 고마웠다.

식당엔 손님이 꽤 많더라. 한국에서 온 듯 한 사람들도 몇 보이고. 그러고보니 빈에 다녀온 이후 동양인을 본 것은 처음인 듯. 라이브 한국어도 간만이었네. 불고기랑 스시가 같이 들어있는 (고급) 도시락 정식이랑 두부 샐러드로 속을 달랜 후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 거리를 돌아다녔다. 재미있게도 거리 이름들이 음악가의 이름을 따서 Mozartstrasse, Goethestrasse 등으로 되어 있더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7시 정도 되니 역시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버려서 구경을 많이 하지는 못 했다. 게다가 정반대 방향의 Hauptplatz와 Hauptbahnhof를 헷갈리는 바람에 완전 으슥한 뒷골목까지 누비게 되었지만, 적어도 최근 자리를 옮겼다는 Ars Electronica Center의 위치는 확인했고, 니벨룽겐 다리 너머 도나우 강도 구경하고, 전차도 타보았니, 뭐 짧은 시간동안 할 일은 다 한 듯.

돌아오는 길에는 안타깝게도 버스를 10분 차이로 놓쳐서 한 시간 반 동안 기차역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Hagenberg 바로 옆 Pregarten으로 가는 기차가 곧 있길래 물어봤더니 주말에는 시간표가 다르다고 하더라. 나중에 Praha에 간다면 뭐 여기서 기차를 타볼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달래는 수 밖에. 그래도 역시 방안에 콕 박혀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뭐든지 보고 느끼는 편이 삶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다음에는 좀 더 계획을 세우고 일찍 나와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해봐야겠다.

4 Responses

  1. 여기가 그 Linz 시내이군요.ㅎㅎ
    Hauptbahnhof 단어를 보니 오스트리아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2. 반갑습니다!
    체코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저도 이곳저곳 더 많이 다녀봐야 하는데 마음만 앞서네요^^;

  3. Dosa

    do they have a korean market or restaurant.

  4. Akakiko seemed to be run by Koreans. While it was supposed to be Japanese cuisine, there were also some Korean-flavored menus, like bulgogi. About Korean markets, I couldn’t find one. But remember that it’s been already a year and half since my last visit to Linz. Everything might be different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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