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08

Linz, Austria

Hauptplatz의 Trinity Column

토요일이라 연구실 건물도 잠기고 방에서 먹을 거리도 없었던터라 간만에 (아니 처음으로) Linz 시내 나들이를 가보았다. 이곳에서 Linz까지는 버스로 한 40~50분만 가면 되는데 시간표를 보니 거의 두시간에 한 대 정도 밖에 없다. 마침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남았길래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나왔다. 버스 요금은 꽤 나가더라. 4.10 유로니까 5천원이 넘네?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 교통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상당히 저렴한 편인 듯. 신기한 것은 버스가 우리 좌석버스보다도 훨씬 큰 듯 한데, 거의 아파트 단지길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일차선 도로를 씽씽 달린다. 매번 밤에만 지나다녀서 몰랐는데 이곳 풍경도 상당하더라. 카펫처럼 시원하고 깔끔하게 펼쳐진 잔디 언덕 너머에는 미끌거리는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줌이 삐죽거린다. 기후탓인지 계절탓인지 온전하게 개인 날을 보기 힘든 이 곳에서는 대신 이렇게 터질 듯 말 듯 웅얼거리는 하늘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마치 어느 인상파 유화 작품에 새겨진 하늘색 같다고나 할까? 이런 빛을 보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우리와 다를 것이라는 몽상에 잠긴 채 버스는 이내 Linz 시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목적 없이 버스를 타보는 것은 또 처음이라 사람들이 어디서 많이 내리나 눈치를 보다가 도달한 곳은 Hauptbahnhof. 즉, 기차역이다. 사실 들리고 싶은 곳이 한 곳 있긴 했다. Akakiko라는 일식집.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리도 들은 것 같고, 이제는 좀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Landstrasse라는 거리에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마침 같은 버스에서 동양인 (여)학생이 내리길래 붙잡고 물었다. 중국 샹하이 근교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온 ‘고등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좀 놀랐지만, 친절하게도 직접 바래다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곧장 약속이 있다고 헤어지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만 참 고마웠다.

식당엔 손님이 꽤 많더라. 한국에서 온 듯 한 사람들도 몇 보이고. 그러고보니 빈에 다녀온 이후 동양인을 본 것은 처음인 듯. 라이브 한국어도 간만이었네. 불고기랑 스시가 같이 들어있는 (고급) 도시락 정식이랑 두부 샐러드로 속을 달랜 후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 거리를 돌아다녔다. 재미있게도 거리 이름들이 음악가의 이름을 따서 Mozartstrasse, Goethestrasse 등으로 되어 있더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7시 정도 되니 역시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버려서 구경을 많이 하지는 못 했다. 게다가 정반대 방향의 Hauptplatz와 Hauptbahnhof를 헷갈리는 바람에 완전 으슥한 뒷골목까지 누비게 되었지만, 적어도 최근 자리를 옮겼다는 Ars Electronica Center의 위치는 확인했고, 니벨룽겐 다리 너머 도나우 강도 구경하고, 전차도 타보았니, 뭐 짧은 시간동안 할 일은 다 한 듯.

돌아오는 길에는 안타깝게도 버스를 10분 차이로 놓쳐서 한 시간 반 동안 기차역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Hagenberg 바로 옆 Pregarten으로 가는 기차가 곧 있길래 물어봤더니 주말에는 시간표가 다르다고 하더라. 나중에 Praha에 간다면 뭐 여기서 기차를 타볼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달래는 수 밖에. 그래도 역시 방안에 콕 박혀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뭐든지 보고 느끼는 편이 삶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다음에는 좀 더 계획을 세우고 일찍 나와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해봐야겠다.

냉정과 열정사이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 두오모에서

책을 빌린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귀차니즘으로 첫장을 넘기지 못했었다. 아니, 조금 읽었던 것도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아무튼, 한참이 지나서야 영화로 보게 되었네.

남자라서 그런가. 그의 ‘열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녀의 ‘냉정’은 글쎄… 잘 모르겠다. 왜 그래야 했는지. 굳이 마음을 닫아야 했는지. 소설로 보면 알 수 있으려나? 아니면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탓일지도… 10년 후의 약속이라…

스파게티

한동안 냉동 피자 구워 먹는 맛에 살다가, 이것도 좀 질려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았다. 연구실 사람한테 주로 뭐 먹냐고 물어보니까 스파게티를 자주 해먹는다고 하길래 나도 질렀다. 별 생각 없이 스파게티 면이랑 토마토 소스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돌아와서 요리법을 찾아보니 이거 왠걸!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올리브유랑 소금이 없다는 점이 대략 난감; 사실 계란 삶아 먹으려고 사온 소금이 있었는데 스파게티 만드는 데 쓰일 줄은 몰랐다^0^

그! 런! 데! 이 소금이 그 소금이 아니다ㅠ_ㅠ Salz(소금)랑 Diskont(할인)라고 붙어 있는 병을 낼름 사왔는데, 이게 평소에 보는 하얀 소금이 아니라, 피자 위에 뿌리는 후추 비스무리한 양념?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런 거였다. 그래도 간은 맞춰야 하니까 냄비에 둘둘둘~ 뿌리고 면을 반쯤 채웠다. 1인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와서 그냥 마구 넣었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Diskont라고 써있는 재료들만 사왔지~ 스파게티면은 봉투가 찢어져서 계산대 아주머니가 테이프를 붙여줄 정도로 저렴하더라=_=

모짜렐라소금면(?)

사실 내가 믿었던 녀석은 바로 이 소스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Tuna와 비슷한 Tunfisch라고 쓰여 있고, 뻘건 토마토 소스 사이로 참치 덩어리 같은 게 보였다. 적어도 참치로 된 건 어떻게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물건이다. 삶은 면을 꺼내 놓고, 같은 냄비에다가 얼른 소스를 부은 다음 다시 끓였다. 그냥 놔두면 눌러 붙는다는 정보도 입수하여 숫가락으로 계속 저어주었다^0^

참치토마토소스(?)

이렇게 한통을 다 끓여냈더니 짠~ 어느새 스파게티 완성! 만약의 경우 못 먹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_-; 피자도 구워왔다. 그렇다면 맛은…? 앗! 상당히 괜찮다! 아무래도 모짜렐라소금(?)이 통한 것 같다~ 으하하~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 아닌가.

완성된 스파게티에 피자까지~ 푸짐한 이탤~리언 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