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oolKit

증강현실을 접하는 개발자들이 처음 사용하는 도구로 ARToolKit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카메라 앞에 까만색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들이대면 그 위에 보라색 상자가 나타납니다. 종이를 이리저리 움직여도 딱 붙어다니는게 영 신기하죠. 증강현실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시작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마술과도 같은 일을 해주는 라이브러리가 바로 ARToolKit이고, 1999년에 처음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장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GPL로 공개된 덕분에 폭넓게 보급되어 AR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원작자인 Hirokazu Kato 교수가 가상현실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회인 IEEE VR에서 올해 공로상을 수상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ARToolKit이 하는 일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카메라로 받은 영상을 최대한 단순화시킨 다음 사각형 테두리를 찾습니다. 원래 정사각형이지만 원근감 때문에 어딘가 찌그러진 모양으로 찍혀있겠죠. 이렇게 변형된 상태를 수식으로 풀면 바로 이 사각형 패턴과 카메라 사이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위에 같은 원근감이 생기도록 3차원 물체를 그려넣을 수 있게 됩니다. 빈 종이가 가상 물체와 함께 ‘증강’되는 순간이죠. 이때 사각형 안에는 서로 다른 문양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물체를 구분해서 증강할 수도 있습니다.

추억의 히로 마커 위에 흩날리는 빛알갱이들

추억의 히로 마커 위에 흩날리는 빛알갱이들

사실 증강현실이라는 단어는 “‘영상’ 위에 뭔가 집어넣는 것” 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쓰일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의 오감 중 제일 민감한 것이 시각이고, 또 컴퓨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영상이기 때문에 이쪽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증강현실 혹은 혼합현실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하면서 다시 짚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ARToolKit을 위시한 마커 트래킹 기법들은 간편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능 덕분에 실험실에서의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뿐만 아니라 광고와 같은 현업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잘 띄기 위한 마커의 장점은 그대로 단점이 되어 많은 제약이 뒤따릅니다. 우리가 정보를 얻고자 하는 모든 사물에 마커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요즘에는 영상 속의 마커 대신 사물 그 자체를 인식하고 추적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쪽은 ‘Natural Feature Tracking’ 혹은 줄여서 NFT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PTAM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이렇게 시대가 바뀌어도 ARToolKit이 추구하였던 간편함의 미덕은 이후 그 뒤를 이으려는 여러 ‘툴킷’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Response

  1. […] 버전으로 아주 친절히 설명이 되어있는 혼합현실닷컴 Blog를 알게 되었다. 더 많은 포스트들이 존재하니 읽어 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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