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집이 너무 조용하였다.
설마설마 했는데 경운이가 정말로 해군사관학교로 가버린 것이다.
며칠 전에 집에서 전화가 왔을 때는 그저 그러고 말겠지 했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다 이놈.
갑자기 내가 훈련소 들어가던 날 생각이 난다.
날씨는 참 좋았다.
가족들과 떨어지려니 전에는 안 들던 여러 생각들이 나면서 참 슬퍼졌었지.
경운이도 그랬으려나.
아까 마지막 통화를 하고 나서도 이놈 저놈 욕을 해대던 엄마도..
경운이가 홈페이지에 남겨놓고 간 글을 보시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리셨다.
사실 난 그리 믿음직스러운 놈이 아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잖나.
넌 지금까지 한번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은
없었겠지. 너무나도 조그만 인간 한마리로서 넌 뭘 원하고 있나.
행복? 즐거운 삶. 좋다. 매우 좋은 말이다.
지켜보고 싶다. 사람의 가능성이란 신기하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보고 싶다.
니 얘기다.
니 잘났다 그래.
어느새 동생이 나 보다 더 어른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건강하게 무사히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