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의 노약자석

지난 몇년 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나름대로 지켜온 철칙이 하나 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노약자석에는 절대로 앉지 않는다는 것.

노약자석에는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글귀가 써있는데, 이것에 법적효력 따위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예의가 있다면 따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라도 다른 자리가 없어서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마침 버스에 남은 자리가 그곳뿐이라면 앉아 주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앉은 자리는 이후에 타는 노약자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차라리 자는 척이라도 하고 있을 것이지, 짐 들어줄 것도 아니면서 옆에 힘들게 서 있는 노인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가뜩이나 교통비도 비싼데 똑같은 돈 내고 권리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노약자’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도 이해한다. 젊고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말 하는 나도 그렇게 배려심 많은 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노란 좌석의 의미를.

3 Responses

  1. kang

    피곤하게 집에돌아갈때, 여자구두신고 난폭한 버스에서 계속 서있어봐…

  2. 그래도 지킬 건 지켰으면 좋겠어. 나도 요즘 허리가 아파서 서서 다니기 얼마나 힘든데-_-;

  3. ddd

    어제 어떤 아주머니가 애기를 엎고 버스를 타셨다. 그 앞에있는 노약자석 자리에 젊은 여자 들 앞에 서계셨는데 그렇게 힘들게 오랬동안 서있어도 본척도 안하더라.
    너무한다싶어 두분중에 한분이 자리 좀 양보해달라고했더니 들은척도 안하고 지갈곳 다가서 내리더라. 열받아서 그여자 머리채를 휘어잡을려다 참았다.
    나이도 20대 초반으로 밖에 안보이고 짐도 하나도 없던데…
    너무 삭막해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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