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산책

이 동네는 요즘 사람 흔적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부터 새해를 지나 1월 6일 정도까지는 거의 공식적으로 휴가 기간을 갖는 듯 하다. 덕분에 기숙사에 쳐박혀서 밥 아닌 밥을 해먹으며 끼니를 떼우고 있는 참인데, 어제는 너무 따분하길래 잠깐 산책을 다녀왔다. 사실 첫날 Jakob의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기는 했는데, 워낙 길치이다 보니 다시 한번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요한 거리

여기는 신기하게도 중앙선이 주황색이 아니다! 그리고 역시 질서 잘 지킨다고 소문난 독일의 바로 옆 나라답게 매너가 있는 듯.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몸을 딱 돌리니까 양쪽에서 오던 차들이 모두 갑자기 멈춰 서버렸다. 여담으로 이곳의 차들은 모두 외제차다!-_-;; 아우디, 폭스바겐, BMW 정도가 제일 많이 보이고, 마즈다도 은근히 눈에 많이 띈다. 국산차는 투싼이랑 산타페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였다.

Unimarkt

이곳은 제일 가까운 대형(!) 할인(?) 마트인 Unimarkt. 물가가 다르니 싼 건 잘 모르겠고, 솔직히 물건이 많은 것 같지도 않다. 화장실에 놓을 슬리퍼를 사려고 했는데 없다! 라면도 없다!ㅠ_ㅠ 이 동네 빵은 중유럽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것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기만 하고 별 맛은 없더라. 덕분에 집에서 가져온 컵라면이랑 햇반으로 연명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이제 다 떨어졌다.

이름은 아직 모르는 빵집

빵을 사려면 바로 위에 보이는 빵집으로 가라고 하던데, 아직 휴일이라 문을 안 열었더라. 여기 빵은 좀 맛있으려나…

구건물 FH1

자, 여긴 돌아오는 길에 찍은 학교 건물이다. 워낙 작은 곳이라서 그런지 연구실이나 강의실 등이 있는 건물은 달랑 3개 밖에 없다. 오히려 기숙사나 부대 시설 건물들이 더 많고 큰 것 같다. 대부분의 건물 1층은 저런 식으로 뻥 뚫려 있어 주차장으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좀 색다른가? 아무튼 컨테이너 박스처럼 투박하게 생겼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다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이곳 기숙사도 그렇고, 나름 선진국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나 할까-_-?;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여기는 위도가 높아서 그런지 해도 일찍 진다. 요즘 워낙 날씨가 우중충한데다, 온통 잿빛 풍경에 둘러 쌓여 있고, 해도 짧으니 뭔가 기분이 몽롱하다. 나 말고는 다 정지되어 있는 그런 느낌. 이러다가 나도 멈추어 버릴 것만 같다.

불행중 다행인 소식! 이번 주말에는 이곳을 벗어나 수도 빈에 다녀올 것 같다. Jakob의 여동생들(!)이 빈에서 새해 기념 파티를 하는데 그쪽에 낄 수 있도록 주선을 해준 것이다. 슈테판 성당에 갈 것이라고 하는데, 쿠쿠쿠의 안내를 읽어보면 이곳에서는 매해 실베스터 때마다 즐거움이 가득한 일들(?!)이 펼쳐진다고 한다~ 주말에 놀려면 미리미리 준비 잘 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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