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t’

그늘 아래

2008년 2월 17일 7번째

타블렛에 쌓인 먼지도 털어볼 겸 별 생각 없이 끄적거렸다. 왠지 화사한, 하지만 즐겁진 않은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도 모르겠다.

인상파 거장전

어제는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인상파 거장전을 보러 다녀왔다. 한학기동안 어학당 사람들과 많은 정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미술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이었다. 나야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교양을 쌓고 싶어서 다같이 미술관에 가는 자리를 마련해보았다.

이 전시회에서는 미국 뉴욕의 Brooklyn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와 미국의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평일 오전에 가서 그런지 예전에 보았던 샤갈이나 야수파 전시회와는 다르게 관객들이 많지 않아 여유 있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미국쪽 작가들은 생소하였지만 프랑스쪽에는 미술 시간에 익히 들어보았던 작가들의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아래의 그림은 마네Olympia인데, 전시장에는 이렇게 색상이 화려한 유화가 아니라 흑백의 판화 작품이 걸려 있었다. 일행중의 한명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여러 미술관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이 없는 곳이 없었단다. 판화라서 마구 찍어낸 탓일까? 그렇다면 판화가 아닌 이 유화는 뭐지-_-?; 설마 같은 작품을 여러개 만든 것일까?

Olympia

이외에도 모네세잔 등의 작품들도 있었는데 역시 유명한 작품들은 많이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샤갈전 때 느꼈던 대작들의 압박은 느끼지 못했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조용한 찻집에 앉아 차 한잔을 차분하게 마신 느낌이랄까, 왠지 소박한 그 느낌이 좋았다. 작품들도 무슨 거대한 주제 의식으로 그려진 것들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여 담아놓은 것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일상을 기록해주는 사진과도 통하는 면이 있고.

하지만 인상주의의 정의는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시회 소개에 써있는 것처럼 같은 인상주의라고 해도 특별한 공통점을 뽑아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그려지고 전시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 그림들이 왜 인상주의에 속해야 하는지 쉽게 말하기 어려웟다. 역시 무식이 죄인가-_-!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

Woman at the Banister, Kees van Dongen (C) ADAGP, Paris-SACK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요즘 크게 하고 있는 전시회이다. 벌써 다녀온지 2주도 넘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기에 적어둔다.

역시 미술에 조예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전시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예전에 샤갈전을 갔었을 때에는 샤갈에 관한 조그만 책도 한 권 사서 읽으면서 무척 흥미롭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마티스전은 그 정도까지 정성을 들이지는 못 했고 그저 인터넷만 조금 뒤져보고 가서 그런지 많이 생소하였다. 이쁜 큐레이터 뒤를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들으려고도 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지도 못하였다. 결국 기대한 것만큼 뭔가 얻어오지는 못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생 이런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한번씩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단연 저 위의 그림이다.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이라는 작가가 그린 것으로 ‘난간에 있는 여인들’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큐레이터曰 “50억이 넘는 작품이니 앞에서 기침하지 마세요”라고 할 정도였고, 전시회 포스터나 티켓에 나오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한 미소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작가가 처음으로 상류층 여성의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쫄아버리는 바람에 팔의 위치나 모양이 서툴게 그려졌다는 말을 듣고 좀 깨기는 했다.

잘 하면 올 가을쯤에는 국내에서 피카소전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그때는 좀 더 착실히 공부(!)를 해서 알찬 관람을 해야겠다. 이번 관람은 그런 점에서 좀 아쉬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