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Photo’

Nikon FG 돌아오다

늠름한 Nikon FG

Nikon FG와 함께 사진의 매력에 빠져든지도 어언 네 달이 다 되었다. 하지만 중국에 다녀온 이후 내 사랑 FG는 백두산의 정기를 너무 받았는지 필름 와인딩 레버가 움직이지 않는 고장이 나버렸다. 서비스 센터에 가보기도 했지만 셔터막이 고장난 것이라 셔터박스를 통째로 갈면 4~5만원이 든다는 말을 듣고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기도 했었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F3처럼 더욱 멋진 녀석으로 갈아 탈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런저런 추억도, 정도 많이 든 이놈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결국 거금을 들여 수리를 맡겼다.

어느새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오고 하늘도 참 높아졌네. 이제 고가의 카메라로 탈바꿈한 우리 FG를 들고 사진이나 찍으러 나가야겠구나~

삼각대

사진사 돌멩캥

누가 안 쓰는 삼각대를 준다길래 광화문으로 나가서 비싼 밥 한끼와 바꿨다(사실 내가 더 손해였음!). DT-100D라는 제품인데 각종 디지털 카메라에 끼워져 팔리는 것으로 유명한 듯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쓸만해서 원래 사려고 마음 먹었던 삼만원짜리 삼각대가 더 이상 부럽지 않게 되었다. 일단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아서 가방에 쏙 들어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카메라가 가벼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의 28mm 광각렌즈는 물론이고 그동안 무거워서 가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던 80-200mm 망원렌즈도 충분히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망원렌즈는 요즘 쓰기 시작하였는데, 파인더에 가득 차게 들어오는 피사체를 보니 사람들이 왜 인물사진에는 망원렌즈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스크린이 어두워져서 초점 잡는 것은 더 어려웠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번 출사의 결과물은 여기에 올려놓았다~ 벌써 6통째 필름인데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진샘에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사진마다 군데군데 하얀 점 모양의 잡티가 눈에 띈다. 처음에는 스캐너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인화된 사진의 원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_-!

zenphoto 사진첩

인화한 사진들은 그냥 그대로 보관하려고 하였는데 양이 많아지니까 관리하는 것이 번거로워졌다. 그렇다고 앨범에 끼워두는 것은 돈도 들고 귀찮은 짓이고. 역시 그냥 스캔해서 인터넷에 올려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캔하는 게 제일 귀찮은 짓인가!)

집에 있는 복합기는 필름 스캔을 지원하지 않는 초저가 모델이라서 인화물을 그대로 스캔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적당한 크기로 줄일 것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사진에 붙은 먼지만 깨끗이 닦아준다면 말이지;

한시간이 넘는 노가다 끝에 스캔 작업을 끝낼 수 있었고 이제 사진을 올려놓을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남았다. 처음에는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Flickr 계정을 활용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무료 계정의 용량 제한도 마음에 걸렸고 내 마음대로 모양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꺼려졌다.

그 다음에 살펴본 것은 그 유명한 Gallery. 많이 사용되는 만큼 정보가 많았고 기본으로 들어있는 Siriux 테마의 깔끔한 모양에도 끌렸다. 하지만 설치 후 DB에 생성되는 수많은 테이블들을 보고 기겁하기 시작하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달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조가 너무 복잡하여 마음대로 수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포기. phpBB의 중후함을 닮은 Coppermine도 마찬가지 이유로 미리 포기.

그저 간편하게 사진을 올리고 보여주는 기능만 필요했기에 이번에는 WordPress 플러그인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Lazyest GalleryDuh Gallery, myGallery 등이 있었지만 2% 부족했다. 특히 URL을 예쁘게 뽑아주지 못하는 점은 꽤 거슬렸다.

그러다가 Binary Bonsai에서 우연히 zenphoto를 발견하였다. 아직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작고 가벼웠으며 무엇보다도 WordPress를 닮은 듯한 깔끔한 내부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히히~

몇시간동안 삽질을 하면서 내 홈페이지 모양에 맞도록 테마를 수정하였다. 코멘트 기능 같은 것도 모두 없애버리고 최소한으로 만들었다. 사진들의 크기를 800px로 맞추어 놓았던 터라 현재의 구조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기에 고민을 좀 했는데, 이 문제는 Lightbox JS그것의 플러그인으로 해결하였다. 드디어 나도 Ajax의 세계로?!

이리하여 결국 나만의 사진첩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 나누어준 사진들은 빠져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아두니까 뿌듯하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둘 쌓아가면 얻는 것이 있겠지. 자~ 얼른 사진 찍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