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난 운전면허를 무척 어렵게 땄다. 당시 방학 때 집에서 뒹굴거리는 꼴 보기 싫다고 엄마가 억지로 학원에 등록해버렸었다. 비싼 돈 들여서 전문학원에 다닌 것까지는 좋은데, 하필 비 오는 날(핑계) 안경도 안 끼고(핑계) 실기시험을 보는 바람에 떨어져버렸었다. 그래서 또 비싼 돈 더 내고 추가교육까지 받아가면서 겨우 면허를 받았다. 이렇게 힘겹게 얻은 운전면허증이 내 인생의 태클이 될 줄이야 또 누가 알았겠는가.

운전면허를 딴게 1학년 겨울이었으니 2000년 말에서 2001년 초였을 것이다. 그 이후 입대할 무렵인 2002년 가을까지 나는 딱 한번 운전을 해봤다. 바로 집 근처 백화점에서 집까지 5분 동안.. 그것도 시동 킬 때 액셀에 발을 올려놔서 핸드 브레이크를 안 걸어놨으면 앞에 차 박을뻔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할 필요도 없었지만 더더욱 운전은 나의 관심 밖이 되어 버렸다.

후후. 이런 내가 군대 와서 운전병이 되었다. 끝까지 운전면허증을 내지 않았었는데도 병적기록부에 적혀 있어서 그랬는지 피할 수 없었나보다. 사실 카투사 중에 1차 보직이 운전병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한 기수 190명 정도 중에 5~6명밖에 없다. 운이 없으려니 지지로도 없는 것이다.

그후로 지금까지 1년여동안 참 잘 버텨온 것 같다. 그래도 군대 와서 확실히 얻은 것이 하나라도 생긴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이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상병 처음 달 즈음까지만 해도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날 밤이면 의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가끔은 어느새 운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항상 뭔가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운전이라는 것이 나 혼자 잘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뭔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너무 싫다. 과연 나는 제대하고 나서 운전을 얼마나 즐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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