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열리는 ITnT 2008 전시회 때문에 월요일에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묻어갈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실제로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는 데다가 함께 일하는 Jakob도 주말까지 휴가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일주일 간의 배낭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빈에서 프라하, 짤쯔부르크, 할슈타트에 이르는 반쪽짜리 동유럽 코스! 그래도 이거 계획 세우느라 일요일 밤 내내 고생했다. 사실 그날은 아침부터 린츠 시내에 나가서 제대로 관광을 하고 온 날이기도 하였다.
린츠에 나가는 것이 벌써 세번째인가. 하지만 매번 게으름 피우다 오후 늦게나 도착하였기 때문에 정작 식당 빼고는 딱히 가본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작정을 하고 Ars Electronica Center부터 Lentos Art Museum을 거쳐 Pöstlingberg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를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Ars Electronica Center. 아쉽게도 올해말까지 확장 이전 공사를 하는 바람에 지금은 시내 구석의 조그만 건물에서 상설 전시를 열고 있다. 주로 SIGGRAPH Emerging Technologies 등지에 나왔던 작품들이 초청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감탄할 만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전시장의 주 관람객인 어린이와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쉽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언뜻 떠오르는 것들은 향기를 인식하여 꽃을 시각화해주는 hanahana와 그 옆의 drawn, 그리고 친절하게 따라다니며 설명해주던 도우미 아가씨 정도?; Manual Input Sessions도 예전에 인터넷에서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색다른 느낌이랄까. The Khronos Projector는 기대를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스크린이 낡아서 그런지 감흥이 적었다. MIL에 같이 있는 학생이 Ars Electronica Futurelab에서 함께 작업했다는 Gulliver’s World는 꽤 큰 규모로 전시되고 있었는데,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여 전체 구조가 한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더라. 구경하던 아이들도 도장을 몇번 누르더니 금새 어리둥절해 하며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전시물은 역시 관객의 눈높이에 맞도록 특정 주제를 가지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Lentos Art Museum은 나름대로 린츠의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곳이다. 밤중에 도나우 강변을 바라보면 눈에 띄는 형광색으로 밝게 빛나는 상자를 볼 수가 있는데, 어찌보면 공사중이던 압구정동 갤러리아와도 비슷한 느낌?; 아무튼 세련된 외양 만큼이나 세련된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린츠 시립 미술관이다. 이날 지하에서는 알 수 없는 영상 작품 두 편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한 편은 삼면의 벽에 각각 연관되는 영상들이 동시에 뿌려지는 작품이었고, 다른 한 편은 끝이 없이 무한 반복이 되는 작품이었다. 다행이 두번째 작품이 있는 방에는 의자가 있길래 허리 안 좋은 난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위층에서는 여러 현대 작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사진이 허용되지 않아 남은 기억이 별로 없네. 다만 에곤 쉴러, 구스타프 클림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도 몇 점 걸려 있었다는 점. 일요일이라 그런지 굉장히 한산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는 점. 의외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런 현대 미술을 보러 많이 오셨다는 점. 이런 점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허기진 배는 중앙광장의 케밥집에서 달랬다. 11시에 연다고 써있는데 내가 들어간 2시 정도에 문을 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주인은 부자 되긴 글른 모양. 그래도 양도 많고 맛있었다.
오후에는 Pöstlingberg에 있는 ‘유럽에서’ 제일 가파른 전차를 타러 갔다. 처음엔 세계 제일인 줄 알았는데 그건 홍콩에 있다며. 하지만 이곳의 묘미는 오래된 전차나 가파른 경사에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금방 깨닫았다. 사실 전차 안에 타고 있으면 어떻게 올라가는지도 잘 모르는 법이니까. 이날 린츠의 날씨는 굉장히 좋았는데 Pöstlingberg 언덕 꼭대기의 풍경, 그리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린츠의 풍경은 절대 잊을 수가 없겠다. 여길 갈까 OK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 갈까 살짝 고민했었는데 후회 안 한다.
아, 전날 먹은 Linzer Torte 얘기를 빠뜨렸네. 해질녁 문득 바라본 하늘의 노을이 너무 예뻐서 무작정 따라갔던 골목길의 끝에는 린츠 성당인지 교회가 있었다. 사진 몇장 찍고 옆을 돌아보니 바로 그 유명한 Cafe Jindrak이 보였다. 오리지날 Sachertorte는 못 먹었지만 오리지날 Linzer Torte는 먹어본다는 신념으로 커피 한잔하고 왔다. 한국 커피샵에서는 비싸다고 거의 안 먹어본 것들이라 비교할 수 없지만, 뭔가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달까… 맛있었다는 뜻:)
이곳 기숙사 시설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꽤나 잘 꾸며져 있다. 가격도 신촌의 하숙집이나 원룸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매일 아침 청소도 해준다! 마치 호텔과도 같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경험한 당시에는 상당히 고무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숙사를 놔두고 왜 연구실 사람들은 모두 멀리서 출퇴근하는 것일까? Linz의 집값이 더 싸서? 자동차 기름이 남아서? …알고 보니 이곳 기숙사에는 엄청난 단점이!
때는 12월 말, 길고 긴 연휴 사이에 이틀 정도 끼어 있던 평일이었다. 평일이기는 해도 연구실은 아직 휴가중이었고,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마주치기 힘든, 그런 고요한 때였다. (그래서) 난 늦잠을 자고 있었다. 헌데 이게 왠 걸? 잠결에 문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웅성웅성 시끄러워진다. 이윽고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엄청난 크기의 청소기와 휴지통을 끌고는 불쑥 들어오는 것이다. 잠은 이렇게 깨라고 있는 것이구나. 독어라 말은 안 통하지,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잠옷 바람으로 복도에 내쫓긴 나는 쭈뼛쭈볏 청소가 끝나기 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담배는 이럴 때 피라고 있는 것일까나? 가만히 서서 할 일이 참 없더라.
하지만 사연을 더 들어보니 이건 약과였다. 화장실에서 문 잠그고 볼 일 보고 있어도 문 따고 들어오신다고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 아주머니들, 기숙사 사감의 지령이라도 받는 것인지 밤새 친구라도 데리고 와서 놀다가 걸리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버리고 만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 전에도 한 학생이 운 나쁘게 걸리는 바람에 담당 교수한테까지 불려갔다는 소문이 흉흉하다.
연구실 학생의 말을 들어보면 본인은 카톨릭 전통이 강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도 살아 봤지만 여기처럼 빡빡하게 굴지는 않았다며 불평을 한다.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차라리 시설이 더 구리고 3명이 한 채를 쓰지만 밤새 파티를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옆 기숙사를 선호하거나, 아니면 아예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을 구한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오스트리아의 기숙사들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설 업체가 입주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한 기숙사가 되어야 할테니 그만큼 까탈스러운 것이겠지.
뭐, 이렇게 불평을 하는 것 같아도 사실 나한테 별로 나쁠 건 없다.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못 자겠다. 딱히 출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8시가 넘어가면 아줌마들 들어올까봐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한 30분이라도 더 자버린 날은 샤워도 안 하고 후다닥 뛰쳐나간다. 화장실 안에서 그분들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참 난감할 것이다.
어쩌다보니 또 기타 연주곡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역시 YouTube에서 건졌다. 아까의 Trace Bundy도 굉장한 태핑을 보여주었지만 이 Andy McKee는 한 술 더 뜬다. 음악만 들어서는 마치 퍼커션이 옆에서 따로 연주해주고 있는 듯. 그리고 너무나도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 이렇게 조용한 밤에 이어폰을 꼽고 누으면 한 줄기 따스한 바람이 현을 타고와 온몸을 어루만져 줄 것 같은…
그래서 질렀다. 보니까 Art of Motion 앨범에 좋은 노래들이 다 모여 있길래 망설임 없이 3분만에 구매 완료. 원래 iTunes Store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미국 주소가 없으면 결제가 안 되길래 그냥 음반사 홈페이지에서 PayPal로 긁었다. 지금 열심히 거북이처럼 받고 있는 중인데 기대된다 히히~ 오랜만에 iPod shuffle 충전 들어간다~
첫번째는 Trace Bundy라는 기타리스트의 핑거 태핑 버전. 우리나라 어린이가 커버한 버전도 한참 인기를 끈 것 같은데, 태핑 소리가 참 아름답다. 다른 곡에선 연주하는 중에 연신 카포를 바꿔가면서 태핑을 하던데, 할 말이 없다; 프로로 전향하기 전에는 공대 교수였다고 하는데=_=
토요일이라 연구실 건물도 잠기고 방에서 먹을 거리도 없었던터라 간만에 (아니 처음으로) Linz 시내 나들이를 가보았다. 이곳에서 Linz까지는 버스로 한 40~50분만 가면 되는데 시간표를 보니 거의 두시간에 한 대 정도 밖에 없다. 마침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남았길래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나왔다. 버스 요금은 꽤 나가더라. 4.10 유로니까 5천원이 넘네?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 교통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상당히 저렴한 편인 듯. 신기한 것은 버스가 우리 좌석버스보다도 훨씬 큰 듯 한데, 거의 아파트 단지길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일차선 도로를 씽씽 달린다. 매번 밤에만 지나다녀서 몰랐는데 이곳 풍경도 상당하더라. 카펫처럼 시원하고 깔끔하게 펼쳐진 잔디 언덕 너머에는 미끌거리는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줌이 삐죽거린다. 기후탓인지 계절탓인지 온전하게 개인 날을 보기 힘든 이 곳에서는 대신 이렇게 터질 듯 말 듯 웅얼거리는 하늘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마치 어느 인상파 유화 작품에 새겨진 하늘색 같다고나 할까? 이런 빛을 보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우리와 다를 것이라는 몽상에 잠긴 채 버스는 이내 Linz 시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목적 없이 버스를 타보는 것은 또 처음이라 사람들이 어디서 많이 내리나 눈치를 보다가 도달한 곳은 Hauptbahnhof. 즉, 기차역이다. 사실 들리고 싶은 곳이 한 곳 있긴 했다. Akakiko라는 일식집.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리도 들은 것 같고, 이제는 좀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Landstrasse라는 거리에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마침 같은 버스에서 동양인 (여)학생이 내리길래 붙잡고 물었다. 중국 샹하이 근교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온 ‘고등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좀 놀랐지만, 친절하게도 직접 바래다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곧장 약속이 있다고 헤어지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만 참 고마웠다.
식당엔 손님이 꽤 많더라. 한국에서 온 듯 한 사람들도 몇 보이고. 그러고보니 빈에 다녀온 이후 동양인을 본 것은 처음인 듯. 라이브 한국어도 간만이었네. 불고기랑 스시가 같이 들어있는 (고급) 도시락 정식이랑 두부 샐러드로 속을 달랜 후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 거리를 돌아다녔다. 재미있게도 거리 이름들이 음악가의 이름을 따서 Mozartstrasse, Goethestrasse 등으로 되어 있더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7시 정도 되니 역시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버려서 구경을 많이 하지는 못 했다. 게다가 정반대 방향의 Hauptplatz와 Hauptbahnhof를 헷갈리는 바람에 완전 으슥한 뒷골목까지 누비게 되었지만, 적어도 최근 자리를 옮겼다는 Ars Electronica Center의 위치는 확인했고, 니벨룽겐 다리 너머 도나우 강도 구경하고, 전차도 타보았니, 뭐 짧은 시간동안 할 일은 다 한 듯.
돌아오는 길에는 안타깝게도 버스를 10분 차이로 놓쳐서 한 시간 반 동안 기차역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Hagenberg 바로 옆 Pregarten으로 가는 기차가 곧 있길래 물어봤더니 주말에는 시간표가 다르다고 하더라. 나중에 Praha에 간다면 뭐 여기서 기차를 타볼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달래는 수 밖에. 그래도 역시 방안에 콕 박혀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뭐든지 보고 느끼는 편이 삶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다음에는 좀 더 계획을 세우고 일찍 나와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해봐야겠다.
한동안 냉동 피자 구워 먹는 맛에 살다가, 이것도 좀 질려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았다. 연구실 사람한테 주로 뭐 먹냐고 물어보니까 스파게티를 자주 해먹는다고 하길래 나도 질렀다. 별 생각 없이 스파게티 면이랑 토마토 소스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돌아와서 요리법을 찾아보니 이거 왠걸!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올리브유랑 소금이 없다는 점이 대략 난감; 사실 계란 삶아 먹으려고 사온 소금이 있었는데 스파게티 만드는 데 쓰일 줄은 몰랐다^0^
그! 런! 데! 이 소금이 그 소금이 아니다ㅠ_ㅠ Salz(소금)랑 Diskont(할인)라고 붙어 있는 병을 낼름 사왔는데, 이게 평소에 보는 하얀 소금이 아니라, 피자 위에 뿌리는 후추 비스무리한 양념?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런 거였다. 그래도 간은 맞춰야 하니까 냄비에 둘둘둘~ 뿌리고 면을 반쯤 채웠다. 1인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와서 그냥 마구 넣었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Diskont라고 써있는 재료들만 사왔지~ 스파게티면은 봉투가 찢어져서 계산대 아주머니가 테이프를 붙여줄 정도로 저렴하더라=_=
사실 내가 믿었던 녀석은 바로 이 소스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Tuna와 비슷한 Tunfisch라고 쓰여 있고, 뻘건 토마토 소스 사이로 참치 덩어리 같은 게 보였다. 적어도 참치로 된 건 어떻게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물건이다. 삶은 면을 꺼내 놓고, 같은 냄비에다가 얼른 소스를 부은 다음 다시 끓였다. 그냥 놔두면 눌러 붙는다는 정보도 입수하여 숫가락으로 계속 저어주었다^0^
이렇게 한통을 다 끓여냈더니 짠~ 어느새 스파게티 완성! 만약의 경우 못 먹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_-; 피자도 구워왔다. 그렇다면 맛은…? 앗! 상당히 괜찮다! 아무래도 모짜렐라소금(?)이 통한 것 같다~ 으하하~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 아닌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고등학생 때는 한참 멜로딕 스피드 메탈만 찾아 듣곤 했다. 물론 그 선봉에는 Helloween, 그리고 뒤를 이어 Gamma Ray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 바로 그들의 고향 독일! …에서 조금 비껴 간 옆 동네이다-_-! 그래도 같은 독일어권이니 뭔가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아, 사족을 달자면, 이곳 오스트리아에서 쓰는 독일어는 사투리, 그것도 상당히 심한 나머지 독일 사람들은 알아 듣기 힘들어 한다더라. 까막귀인 내가 옆에서 들어봐도 뭔가 말하는 느낌이 다르긴 다르더라)
혹시나 해서 빈에 같이 간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왠걸~ Helloween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딱 한명 봤다. 그것도 노래는 모르고 밴드 이름만 들어봤다는 것이다. 예전에 일본 가서 만났던 독일 학생들한테도 물어봤다가 오히려 내가 바보 된 적이 있다. 내가 너네 나라 밴드 Helloween 많이 들었다고~ 너희도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서로 어리둥절 하더니만 독일 밴드 맞느냐는 것이다. 이름 웃기다고 하면서-_-; 그러면서 꼭 빼먹지 않는 것은 Rammstein 얘기. 하지만 난 걔네 잘 모른다. 연구실 포닥으로 있는 독일 사람한테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Metallica는 좋아한다면서 Helloween은 모르더라. 혹시 진짜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내가 알고 있던 그들은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하였지만… 난 틀리지 않았다-_-v 세대 차이가 나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원래 얘네들 그렇게 마이너 했던가? 80년대를 주름 잡던 것 아니었어?
아무튼! 오랜만에 예전 노래들을 찾아 본다. 이제는 내 귀도 이렇게 마구 내달리는 노래들을 따라가기 힘들어 하지만, The Best, The Rest, The Rare 테이프를 워크맨에 넣고 느꼈던 전율이 다시 살아난다.
다음 달에는 무려 이 둘이 합동내한을 한다는 소식이다. 정말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일텐데. 이럴 때는 한국에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구나!
지난 주 일요일, 그러니까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빈에 다녀왔다. 싱가포르로 훌쩍 휴가를 떠나버린 야곱의 배려로 동생 친구들이 하는 파티에 낀 덕분이다. 빈에서는 매년 마지막 날에는 실베스터라는 축제를 벌이는데, 마치 종각 앞에 모여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하지만 훨씬 더 하드코어한 밤을 즐길 수 있었다.
실베스터를 전후한 2박 3일 동안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마치 러브 히나의 케타로 혹은 오! 나의 여신님의 케이치 같은 생활을 하면서 이곳저곳 구경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흐흐흐-_-;
레스토랑에서 슈니첼도 먹었고, 클럽이랑 빠에도 갔다. 어쩌다보니 대략 쿠쿠쿠에 소개되어 있는 링 근처 구경은 다 한 듯 싶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에 남대문 시장 비슷한 재래시장에 들려서 나름(?) 자커토르테도 한 조각 들었고, 쇤브룬(자꾸 “쉼뿐”이라고 하길래 어디인가 했다) 궁전의 유럽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동물원도 다녀왔다. 마치 서울역 지하도를 연상시키는 칼슈플라츠역의 약쟁이들, 플랫 파티에서 아시아 경제 및 한국 통일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하던 독일 학생이나 술집에서 만난 스위스, 네덜란드 사람들도 기억에 남는구나.
혼자 여행 왔었으면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런 느낌. 루치아, 유딧, 안나, 카트린, 그리고 이름은 다 못 외웠지만, 함께 있던 여러분들 모두 고마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