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04

Project ANISE 이야기 I

Project ANISE

고등학교 때 한창 인기를 끌던 게임들이 있었다. 이름하여 ‘일본식 미소녀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불리우던 것들… 당시 나우누리가 황금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 GMF에 한누리라는 소모임이 있었다. 이런 게임들을 한글화하던 모임이었는데, 이들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그냥 멋있다고 느껴졌었다. 사실 저 게임들을 좋아했던 것 보다 뭔가 한 가지에 목표를 두고 매진하는 저들의 열정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어린 마음에 나도 뭔가 참여해보고 싶어서 할 줄도 모르는 일본어 번역을 해본답시고 두꺼운 일한사전을 사왔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Project ANISE’는 바로 저 시절의 추억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군대 가기 전, 뭔가 그래도 한 가지는 해보고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지다가 문득 떠오른 추억. 후후. 이제는 모두에게 잊혀져 있는 것들이지만 그냥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침 그때 ‘ScummVM’이나 ‘Exult’과 같이 고전 게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때라 나도 따라해보고 싶었다.

뭐 말은 이렇게 거창하지만 그렇게 대단할 것은 없었다. 처음 몇주동안은 디스어셈블링 된 코드를 분석하느라 날밤을 새었다. 이때의 모토는 ‘온고지신’. 요즘같이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옛날 구식 기술들을 들여다봐서 뭐하겠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내 딴에는 그것들이 다 나름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그마한 도전의식이나마 심어주었으니 성공이라고 본다.

아무튼 디스어셈블링은 굉장히 즐거웠다. 마치 어려운 퍼즐을 푼다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추측을 해서 맞춰놓고 다음 것과 연결해본다. 이게 틀리다면 저렇게 추측을 해본다. 하나씩 하나씩 짜맞춰 가다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기를 수십번, 드디어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코드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

해군사관생도

동생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집이 너무 조용하였다.
설마설마 했는데 경운이가 정말로 해군사관학교로 가버린 것이다.
며칠 전에 집에서 전화가 왔을 때는 그저 그러고 말겠지 했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다 이놈.

갑자기 내가 훈련소 들어가던 날 생각이 난다.
날씨는 참 좋았다.
가족들과 떨어지려니 전에는 안 들던 여러 생각들이 나면서 참 슬퍼졌었지.
경운이도 그랬으려나.

아까 마지막 통화를 하고 나서도 이놈 저놈 욕을 해대던 엄마도..
경운이가 홈페이지에 남겨놓고 간 글을 보시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리셨다.

사실 난 그리 믿음직스러운 놈이 아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잖나.

넌 지금까지 한번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은
없었겠지. 너무나도 조그만 인간 한마리로서 넌 뭘 원하고 있나.
행복? 즐거운 삶. 좋다. 매우 좋은 말이다.
지켜보고 싶다. 사람의 가능성이란 신기하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보고 싶다.
니 얘기다.

니 잘났다 그래.

어느새 동생이 나 보다 더 어른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건강하게 무사히 지내라..

첫 글

원래 새해 첫날부터 일기를 쓰듯이 블로그를 써볼 예정이었는데 약간 늦어졌다.

순간의 생각을 영원의 기억으로 만들어 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