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04

운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난 운전면허를 무척 어렵게 땄다. 당시 방학 때 집에서 뒹굴거리는 꼴 보기 싫다고 엄마가 억지로 학원에 등록해버렸었다. 비싼 돈 들여서 전문학원에 다닌 것까지는 좋은데, 하필 비 오는 날(핑계) 안경도 안 끼고(핑계) 실기시험을 보는 바람에 떨어져버렸었다. 그래서 또 비싼 돈 더 내고 추가교육까지 받아가면서 겨우 면허를 받았다. 이렇게 힘겹게 얻은 운전면허증이 내 인생의 태클이 될 줄이야 또 누가 알았겠는가.

운전면허를 딴게 1학년 겨울이었으니 2000년 말에서 2001년 초였을 것이다. 그 이후 입대할 무렵인 2002년 가을까지 나는 딱 한번 운전을 해봤다. 바로 집 근처 백화점에서 집까지 5분 동안.. 그것도 시동 킬 때 액셀에 발을 올려놔서 핸드 브레이크를 안 걸어놨으면 앞에 차 박을뻔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할 필요도 없었지만 더더욱 운전은 나의 관심 밖이 되어 버렸다.

후후. 이런 내가 군대 와서 운전병이 되었다. 끝까지 운전면허증을 내지 않았었는데도 병적기록부에 적혀 있어서 그랬는지 피할 수 없었나보다. 사실 카투사 중에 1차 보직이 운전병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한 기수 190명 정도 중에 5~6명밖에 없다. 운이 없으려니 지지로도 없는 것이다.

그후로 지금까지 1년여동안 참 잘 버텨온 것 같다. 그래도 군대 와서 확실히 얻은 것이 하나라도 생긴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이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상병 처음 달 즈음까지만 해도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날 밤이면 의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가끔은 어느새 운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항상 뭔가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운전이라는 것이 나 혼자 잘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뭔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너무 싫다. 과연 나는 제대하고 나서 운전을 얼마나 즐기게 될까?

무심한 사람

나 자신을 나 스스로 알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만서도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나는 참으로 무심한 사람이다.

이제까지 사람들과 만나오면서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남자든 여자든, 학교에서 만난 사람이든 밖에서 만난 사람이든 누구나에게 말이다. 뭐 그렇다고 겉이 그렇게 무뚝뚝한 편은 아니기에 나름대로의 사교성 치장을 해오기는 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단순히 귀차니즘의 소산이라고 생각해본적도 많은데, 꼭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고독을 즐기는 타입? 개인주의의 화신? 모르겠다. 그것이 진심인지 조차 나는 모른다. 아무튼 나는 이렇다.

이런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미안하다..고 참 많이 말 해왔다. 후후.

변해야 하는데, 과연 무엇으로 변해야 할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왜 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참으로 많도다. 허허.

나를 잡아주오.

달리기

2003년 어느 날 팀런

생활하면서 가장 나를 괴롭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매일 아침에 하는 달리기이다.

사실 나도 달리기 기록만으로 봐서는 그렇게 못 하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 정식으로 재었을 때는 2마일(3.2km)을 13분 20초에 뛰었었고, 몇 주 전에 그냥 뛰어서 재었을 때는 13분 10초 조금 안 되어서 들어왔었다. 13분이 만점이니 사실 이 정도면 그래도 못 하는 것은 아니다-_-v

하지만 매주 월요일, 수요일에는 ability group run으로 빡센(!) 달리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의 A 그룹. 난 여기에 기록 상으로 간당간당하게 들어간다. 뭐, 요즘에는 좀 편해졌다고들 하지만서도.. airforce hill을 올라갈 때에 밀려드는 다리의 압박이란, 생각하기 싫다.

사실 이렇게 몇달 뛰고 나면 고통이 있는 만큼 달리기 실력이, 기록이 향상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깨어지는 믿음.

이래서인지 주위에 달리기를 인생의 낙으로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기도 하고 뭐 그렇다. 가끔씩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기에 나간다거나 혼자서 몇 마일씩 규칙적으로 뛰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달리기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긍정한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 진정한 강함의 근원이라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이렇게 보면 달린다는 것이 도를 닦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