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004

부대사람들

엊그제 밤에 압구정동에서 간만에 부대사람들을 만났었다.
다는 아니고 비슷하게 제대한 막고참이랑 아직 제대 안 한 몇명=_=
사실 날수로 따지면 제대한지 겨우 3주 남짓 되었는데,
느낌에는 엄청나게 오래 된 것 같다.
그새 부대 사정도 많이 바뀐 것 같고, 사람들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항상 비슷한 일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이등병이었을 때나, 일병이었을 때나, 상병이었을 때나, 병장이었을 때나..
심지어 제대를 하고 난 후에도 겪는 고민은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그렇게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맛에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그냥 다들 속 터놓고 쌓인 것 풀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분당에서 압구정동 가기 정말 힘들었다.
버스 노선이 바뀌어 버리는 바람에 30분 헛탕치고,
새 정류정으로 가서는 반대 방향 버스를 타는 바람에 완전히 삽질했다. 흐흐.

생일

오늘은 나의 24번째 생일이었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일이 오는지도 까막히 잊고 있었다.
부대에 있었다면 패스 받는 재미라도 있었겠지만..
어제 밤에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12시쯤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미역국 한 그릇 먹은 게 다였네.
여자친구는 시험이 1주일 밖에 안 남았는지라 만날 수가 없었고.
친구들도 이래저래 다들 바쁜지라 집에만 쳐박혀 있었다. 후후.
덕분에 또 카트라이더 많이 했다. 아싸~ 파란 손가락-_-

사실 기념일 같은 건 신경 잘 안 쓰고 사는 체질인데 오늘은 왠지 그냥 좀 쓸쓸했다.
에잇. 내년에는 재밌게 놀아야지=_=

아라한 장풍대작전

어제 밤에도 무료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번에 고른 것은 아라한 장풍대작전.

윤소이의 날카로운 눈빛

사실 엊그제 보았던 마들렌의 신민아가 나오는 줄 알고 덥썩 집어 든 것이었지만, 신민아가 아니라 윤소이였다=_= 후후.
그래도 류승범과 윤소이의 연기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신선했다.
특히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술 장면들을 그 정도로 소화해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스토리는 대략 ‘도’에 관한 것이었다.
무예를 닦으면서 도를 깨달어가는 과정과 현대판 신선에 관한 설정 등은 상당히 개성적이고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부분과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 등에서는 예전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떠올리게 하며 유치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결말은 역시 어찌어찌하여 악은 사라지고 평화가 되돌아 왔다..는 정도여서 조금 시시한 감이 있다.
너무 뻔히 보이는 평범한 플롯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평화로운 세상으로 돌아와 버린다면, 추후에라도 다시 무언가 사건이 터질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과 배경을 그대로 이어서 가벼운 시리즈물 같은 것이 나온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