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06

도서관 책 사주기

가끔 심심할 때마다 하는 취미생활이 있다. 중앙도서관에 도서구입 신청을 하는 것.

국내 도서들은 대부분 비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전공 원서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실 공대의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고전이든 최신이든 좋은 자료들은 대부분 영어로 나오며, 이들 중 소수만이 번역되어 출간된다. 어렵게 번역서가 나오면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원서는 다음 판이 나오려는 경우도 많으며, 번역서의 품질에 대한 논란도 많다. 특히 여러가지 전문 용어의 경우 어차피 영어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가능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원서를 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보면… 이런,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Safari Tech Books Online과 같은 전자도서 업체와 계약이 되어 있어 정 급할 때는 인터넷에서 직접 볼 수가 있기는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고 보기 불편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좀 유명하다 싶은 전공 원서책들은 생각날 때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자료구입 신청을 해놓고 있다. 잘 모르는 책들은 아마존 등지에서 인기 순위 검색을 해서라도 마구 올려놓는다. 이미 스무권 정도는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것 같고, 얼마 전에도 다시 열권 정도 신청해두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비싸도 다 사주기는 하더라.

책이 들어왔다고 해서 실제 빌려서 본 책은 많지 않다. 그래도 나중에 누군가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렇다. 더구나 요즘 등록금이 12% 오른다고 난리가 났는데 비싼 책이나 많이 많이 주문해둬야겠다.

Multi-Touch Interaction Research

Multi-Touch Interaction Research

최근에 본 영상물 중에 가장 충격적이다.
지난 학기에 HCI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유사한 내용들을 많이 접해보기도 하였는데 이번에 나온 이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다. 기존의 터치 스크린이 한 지점의 위치만을 입력 받는다는 점을 극복하여 여러 지점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간단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 여기에 보여지는 데모들을 보면 눈 돌아가는 것들이 많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이렇게까지나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

여담으로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Jefferson Y. Han이라는 사람은 사진과 이름을 보니 왠지 한국 사람인 것 같아 더 흥미롭다. 예전에 작업했다고 하는 CUSeeMe라는 프로그램도 어릴 때 몇번 들어본 적이 있다.

한편, 요즘 인터넷상에는 이 데모 영상이 애플이 최근 취득한 타블렛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특허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향후 애플이 출시할 타블렛 컴퓨터의 미래가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하는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

Woman at the Banister, Kees van Dongen (C) ADAGP, Paris-SACK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요즘 크게 하고 있는 전시회이다. 벌써 다녀온지 2주도 넘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기에 적어둔다.

역시 미술에 조예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전시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예전에 샤갈전을 갔었을 때에는 샤갈에 관한 조그만 책도 한 권 사서 읽으면서 무척 흥미롭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마티스전은 그 정도까지 정성을 들이지는 못 했고 그저 인터넷만 조금 뒤져보고 가서 그런지 많이 생소하였다. 이쁜 큐레이터 뒤를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들으려고도 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지도 못하였다. 결국 기대한 것만큼 뭔가 얻어오지는 못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생 이런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한번씩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단연 저 위의 그림이다.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이라는 작가가 그린 것으로 ‘난간에 있는 여인들’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큐레이터曰 “50억이 넘는 작품이니 앞에서 기침하지 마세요”라고 할 정도였고, 전시회 포스터나 티켓에 나오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한 미소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작가가 처음으로 상류층 여성의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쫄아버리는 바람에 팔의 위치나 모양이 서툴게 그려졌다는 말을 듣고 좀 깨기는 했다.

잘 하면 올 가을쯤에는 국내에서 피카소전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그때는 좀 더 착실히 공부(!)를 해서 알찬 관람을 해야겠다. 이번 관람은 그런 점에서 좀 아쉬웟다.